이번 문서의 목표: 문장을 논리 기호(∧·∨·¬·→)로 바꿔 쓰고, 두 집합의 관계를 벤다이어그램으로 직접 그리며, “모든·어떤·어떤 ~도 아닌”이라는 표현이 어떤 집합 관계를 뜻하는지 헷갈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왜 문장을 기호로 바꿔야 하는가
추리 유형의 문제는 대부분 여러 줄의 조건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긴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면 비가 오지 않은 것이다” 같은 문장을 그대로 눈으로만 따라가면 세 번째 조건, 네 번째 조건이 추가될 때마다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논리 기호(logical symbol)는 이런 문장을 짧은 부호로 압축해, 종이 위에서 한눈에 비교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비가 온다”를 , “우산을 챙긴다”를 라는 문자로 놓으면 첫 문장은 한 줄로 줄어듭니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조건이 많아질수록 기호로 바꾸는 쪽이 압도적으로 빠르고 정확합니다.
쉽게 말하면: 논리 기호는 “긴 문장을 줄여 쓰는 약속”입니다. 약속을 미리 익혀 두면 실제 문제를 풀 때는 그 약속을 적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편에서 익히는 세 가지는 이후 15편(명제와 삼단논법), 16편(벤다이어그램과 집합추리), 17편(조건추리)에서 계속 쓰이는 공통 도구입니다. 여기서는 도구를 만드는 법만 다루고, 그 도구로 실제 문제를 푸는 법은 해당 편에서 다룹니다.
명제란 무엇인가
명제(proposition)는 참인지 거짓인지 분명하게 판별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는 참·거짓을 가릴 수 있으므로 명제입니다. 반면 “오늘 날씨가 좋다”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참·거짓을 하나로 정할 수 없으므로 명제가 아닙니다.
명제를 기호로 다룰 때는 문장 하나를 통째로 , , 같은 알파벳 문자 하나로 놓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문자로 치환된 명제를 단순명제라 부르고, 단순명제 여러 개를 논리 기호로 이어 붙인 것을 복합명제라 부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긴다”는 “비가 온다”()와 “우산을 챙긴다”()라는 두 단순명제가 로 이어진 복합명제입니다.
논리 기호 넷: ∧, ∨, ¬, →
시험에 나오는 복합명제는 거의 전부 이 네 기호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하나씩 뜻을 정확히 잡아 둡니다.
그리고 — 논리곱 ∧
논리곱(conjunction, 기호 )은 “그리고”, “~와 동시에”에 대응합니다. 는 “이고 이다”라고 읽습니다.
쉽게 말하면: 두 조건이 둘 다 참이어야만 전체가 참입니다.
| 참 | 참 | 참 |
| 참 | 거짓 | 거짓 |
| 거짓 | 참 | 거짓 |
| 거짓 | 거짓 | 거짓 |
예시: “민수는 국어 시험도 합격했고 수학 시험도 합격했다”는 두 시험 결과가 모두 합격이어야 참이 됩니다. 국어만 합격했다면 이 문장 전체는 거짓입니다.
또는 — 논리합 ∨
논리합(disjunction, 기호 )은 “또는”, “~이거나”에 대응합니다. 는 “이거나 이다”라고 읽습니다.
쉽게 말하면: 두 조건 중 하나라도 참이면 전체가 참입니다. 둘 다 참이어도 여전히 참입니다.
| 참 | 참 | 참 |
| 참 | 거짓 | 참 |
| 거짓 | 참 | 참 |
| 거짓 | 거짓 | 거짓 |
자주 틀리는 점: 일상 대화에서 “커피 또는 차를 준다”는 둘 중 하나만 준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논리학의 는 둘 다 받는 경우도 참으로 봅니다. 시험 문제에서 가 나오면 항상 이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아니다 — 부정 ¬
부정(negation, 기호 )은 명제의 참·거짓을 뒤집습니다. 는 “가 아니다”라고 읽습니다.
| 참 | 거짓 |
| 거짓 | 참 |
자주 틀리는 점 — 부정의 대상을 잘못 잡는 실수: “모든 학생이 합격했다”의 부정은 “모든 학생이 불합격했다”가 아닙니다. 정확한 부정은 “합격하지 못한 학생이 적어도 한 명 있다”입니다. 이 함정은 뒤의 “모든·어떤·어떤 ~도 아닌” 절에서 다시 정확히 정리합니다.
이면 — 조건 →
조건(conditional, 기호 )은 “~이면 ~이다”에 대응합니다. 는 “이면 이다”라고 읽고, 를 전제(가정, antecedent), 를 결론(consequent)이라 부릅니다.
| 참 | 참 | 참 |
| 참 | 거짓 | 거짓 |
| 거짓 | 참 | 참 |
| 거짓 | 거짓 | 참 |
가장 헷갈리는 두 줄 — 전제가 거짓인 경우: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긴다”()라는 약속을 했다고 합시다. 비가 오지 않은 날(가 거짓)에 우산을 챙기든 챙기지 않든, 애초에 약속이 적용될 상황 자체가 아니므로 이 약속을 어겼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제가 거짓이면 결론이 무엇이든 전체는 참으로 처리합니다. 이것을 공허한 참(vacuous truth)이라 부릅니다.
틀린 줄은 딱 하나뿐입니다: 가 거짓이 되는 경우는 “전제는 참인데 결론이 거짓”인 두 번째 줄, 딱 한 가지뿐입니다. 약속을 실제로 어긴 상황이 이 경우뿐이기 때문입니다.
동치 표현 — 자주 나오는 변형: 는 와 논리적으로 완전히 같은 뜻입니다(“가 아니거나 이다”). 두 표를 나란히 놓고 확인해 보면 네 줄 모두 값이 일치합니다. 조건문을 부정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하는 문제에서 이 동치 관계가 자주 쓰입니다.
집합과 벤다이어그램 그리는 법
집합, 원소, 부분집합
집합(set)은 어떤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대상들의 모임입니다. “우리 반 학생 전체”는 집합이고, 그 안의 “민수”는 그 집합의 원소(element)입니다. 집합 A의 원소가 전부 집합 B에도 속하면, A를 B의 부분집합(subset)이라 하고 로 씁니다.
집합끼리 조합하는 세 가지 기본 연산이 있습니다.
| 연산 | 이름 | 뜻 | 읽는 법 |
|---|---|---|---|
| 교집합 | A와 B에 동시에 속하는 원소들의 모임 | A 인터섹션 B | |
| 합집합 | A 또는 B에 속하는 원소 전체의 모임(중복 제거) | A 유니언 B | |
| 여집합 | 전체 집합 중 A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전체 | A 컴플리먼트 |
벤다이어그램 그리는 법 — 4단계
벤다이어그램(Venn diagram)은 집합 사이의 관계를 원으로 시각화한 그림입니다. 조건이 두세 개만 넘어가도 머릿속으로 따라가기 어려워지므로, 손으로 직접 그리는 습관이 실전 속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 전체 집합을 사각형으로 그린다. 이 사각형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약속합니다.
- 각 조건에 해당하는 집합을 원으로 그린다. 조건이 두 개면 원 두 개, 세 개면 원 세 개를 겹치게 배치합니다.
- 원이 겹치는 자리를 먼저 표시한다. 두 원이 겹치는 부분은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대상”, 즉 교집합입니다.
- 조건문을 원의 위치 관계로 옮긴다. “모든 A는 B다”라면 A 원 전체가 B 원 안에 쏙 들어가도록, “A와 B가 전혀 관련 없다”라면 두 원이 서로 닿지 않도록 그립니다.
포함·교차·서로소 — 세 가지 배치:
| 상황 | 두 원의 배치 | 뜻 |
|---|---|---|
| 포함 | 작은 원이 큰 원 안에 완전히 들어감 | 작은 원의 원소는 전부 큰 원의 원소이기도 함 |
| 교차 | 두 원이 일부분만 겹침 | 두 집합에 공통으로 속하는 원소가 있음 |
| 서로소 | 두 원이 전혀 겹치지 않음 | 공통 원소가 하나도 없음(disjoint) |
“모든·어떤·어떤 ~도 아닌” 표현의 논리적 의미
추리 문제에서는 명제가 기호식이 아니라 “모든”, “어떤”, “어떤 ~도 아닌” 같은 자연어로 나옵니다. 이 세 표현이 각각 어떤 집합 관계를 말하는지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이 편의 핵심입니다. 수학에서는 “모든”을 전칭기호(all, 기호 )로, “어떤”을 존재기호(exists, 기호 )로 줄여 씁니다.
모든 A는 B다 — 전칭긍정
“모든 학생은 성실하다”는 학생 집합이 성실한 사람 집합에 완전히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벤다이어그램에서는 “학생” 원이 “성실한 사람” 원 안에 통째로 들어갑니다.
정확한 부정 — 함정 지점: “모든 A는 B다”의 부정은 “모든 A는 B가 아니다”가 아니라 “B가 아닌 A가 적어도 하나 있다”, 곧 “어떤 A는 B가 아니다”입니다. “모든 학생이 성실하다”가 거짓이 되려면 성실하지 않은 학생이 딱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전칭 명제를 부정하면 전칭이 특칭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A는 B다 — 특칭긍정
“어떤 학생은 안경을 쓴다”는 학생 집합과 안경 쓴 사람 집합에 공통으로 속하는 대상이 최소 하나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벤다이어그램에서는 두 원이 일부라도 겹치기만 하면 참이 됩니다.
자주 하는 오해: “어떤”이라는 말 때문에 “일부만 그렇고 나머지는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논리학의 “어떤”은 최소 하나의 존재만 주장할 뿐, 나머지 학생들이 안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학생 전원이 안경을 써도 “어떤 학생은 안경을 쓴다”는 여전히 참입니다.
어떤 A도 B가 아니다 — 전칭부정
“어떤 학생도 지각하지 않는다”는 학생 집합과 지각하는 사람 집합에 공통되는 대상이 단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벤다이어그램에서는 두 원이 서로소, 즉 전혀 겹치지 않게 그립니다.
쉽게 말하면: “모든 A는 B다”가 A 원을 B 원 안에 넣는 것이라면, “어떤 A도 B가 아니다”는 A 원과 B 원을 완전히 떼어 놓는 것입니다.
세 표현 한눈에 정리
| 표현 | 집합 관계 | 벤다이어그램 배치 | 부정하면 |
|---|---|---|---|
| 모든 A는 B다 | A ⊆ B | A 원이 B 원 안에 완전히 포함 | 어떤 A는 B가 아니다 |
| 어떤 A는 B다 | A와 B의 교집합이 존재 | 두 원이 일부라도 겹침 | 어떤 A도 B가 아니다 |
| 어떤 A도 B가 아니다 | A와 B가 서로소 | 두 원이 전혀 겹치지 않음 | 어떤 A는 B다 |
이 표는 16편(벤다이어그램과 집합추리)과 15편(명제와 삼단논법)에서 “역·이·대우”를 판단할 때 그대로 재사용되는 기준이므로, 표현과 원의 배치를 짝지어 감각적으로 익혀 둘 가치가 있습니다.
핵심 정리
- **논리곱 ∧**은 둘 다 참이어야 참, **논리합 ∨**는 하나만 참이어도 참(둘 다 참인 경우도 포함)이다.
- **조건 →**는 전제가 거짓이면 결론과 무관하게 항상 참이 되고(“공허한 참”), 거짓이 되는 경우는 “전제 참, 결론 거짓” 단 한 줄뿐이다. 는 와 동치다.
- 집합의 세 기본 연산은 교집합(공통 원소), 합집합(전체를 모으되 중복 제거), 여집합(전체에서 뺀 나머지)이다.
- 벤다이어그램은 전체 집합(사각형) → 조건별 원 → 겹치는 자리 → 조건문 반영 순서로 그린다.
- “모든 A는 B다”는 포함 관계, “어떤 A는 B다”는 교차 관계, “어떤 A도 B가 아니다”는 서로소 관계다.
- 전칭 명제(“모든”)를 부정하면 특칭 명제(“어떤 ~가 아니다”)가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