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서의 목표: 이 파일을 다 읽으면 어떤 경우의 수 문제를 보았을 때 합의 법칙을 쓸지 곱의 법칙을 쓸지, 순서를 따질지 말지, 중복을 허용할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순열·조합·이항정리 공식으로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왜 세는 방법을 따로 배우는가
이산수학(discrete mathematics, 연속량이 아니라 하나씩 셀 수 있는 대상을 다루는 수학)에서 “세기(counting)“는 확률·알고리즘 분석·정보량 계산 등 뒤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주제의 기초 도구다. 문제는 사람이 직관으로 세면 중복해서 세거나(overcounting) 빠뜨리고 세는(undercounting)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개 메뉴 중 2개를 고르는 방법”과 “5개 메뉴 중 2개를 순서대로 고르는 방법”은 답이 다른데, 이 차이를 손으로 나열하지 않고도 정확히 계산하려면 체계적인 원리가 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세는 방법을 몇 가지 표준 도구(합·곱의 법칙, 순열, 조합)로 정리해 두면, 아무리 복잡한 경우의 수 문제도 “이 부분은 어떤 도구를 쓸 상황인가”만 판단하면 풀린다.
합의 법칙과 곱의 법칙
정의
합의 법칙(rule of sum): 어떤 일을 하는 방법이 서로 겹치지 않는 가지 경우와 가지 경우로 나뉘고 두 경우가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면(상호 배타적, mutually exclusive), 전체 방법의 수는 이다.
곱의 법칙(rule of product): 어떤 일이 연속된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고, 1단계를 하는 방법이 가지, 그 각각에 대해 2단계를 하는 방법이 가지라면, 전체 방법의 수는 이다.
두 법칙을 구분하는 핵심 질문은 “이 선택들이 동시에(단계로 이어져) 일어나는가, 아니면 택일로(둘 중 하나만) 일어나는가”이다. 곱의 법칙은 “그리고(and,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함)“에 대응하고, 합의 법칙은 “또는(or, 둘 중 하나의 경로만 선택)“에 대응한다.
작은 예시로 검산
곱의 법칙 예시: 티셔츠 3벌, 바지 4벌이 있을 때 상하의를 한 벌씩 짝짓는 방법의 수를 구해 보자. 티셔츠를 고르는 방법이 3가지, 그 각각에 대해 바지를 고르는 방법이 4가지이므로 단계가 이어진다(티셔츠를 고른 다음 바지를 고른다).
실제로 나열해 검산하면 (티셔츠1,바지1), (티셔츠1,바지2), …, (티셔츠3,바지4)까지 정확히 12개가 나온다.
합의 법칙 예시: 자판기에 커피 음료 5종, 차 음료 3종이 있고 “커피 한 잔 또는 차 한 잔”을 고르는 방법의 수를 구해 보자. 커피를 고르는 경우와 차를 고르는 경우는 동시에 일어날 수 없는(한 번에 음료 하나만 뽑는다) 배타적 대안이다.
흔한 함정: “5종 커피 중 1개, 3종 차 중 1개를 함께 산다”로 문제가 바뀌면 이제는 곱의 법칙이다(). 문장에 “그리고”인지 “또는”인지가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상황을 그려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인가”를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순열: 순서가 있는 뽑기
정의
순열(permutation)은 서로 다른 개의 대상 중에서 개를 순서를 구별해서 뽑아 나열하는 경우의 수다. 기호는 또는 로 쓰고,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엔 팩토리얼, factorial): 부터 1까지 모든 자연수를 곱한 값. 로 약속한다.
- : 전체 대상의 개수
- : 뽑아서 나열할 개수 ()
순열은 곱의 법칙을 여러 번 적용한 것과 같다. 첫 번째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가지, 두 번째 자리는 (하나를 이미 썼으므로) 가지, …, 번째 자리는 가지이므로 이들을 모두 곱하면 위 공식이 나온다.
작은 예시로 검산
5명(가, 나, 다, 라, 마) 중에서 회장 1명, 부회장 1명을 뽑는 방법의 수를 구해 보자. 회장과 부회장은 역할이 다르므로 (가→회장, 나→부회장)과 (나→회장, 가→부회장)은 서로 다른 결과다. 순서를 구별하므로 순열이다. , 다.
직접 세어 검산하면 회장 후보 5명 중 1명(5가지), 그 각각에 대해 부회장 후보 4명 중 1명(4가지)이므로 으로 일치한다.
중복순열
중복순열(permutation with repetition)은 같은 대상을 여러 번 뽑을 수 있도록 허용한 순열이다. 서로 다른 개 중에서 중복을 허용해 개를 순서 있게 뽑으면 각 자리마다 독립적으로 가지를 고를 수 있으므로 곱의 법칙에 의해
이 된다. 예를 들어 숫자 0부터 9까지(10개) 중 중복을 허용해 4자리 비밀번호를 만드는 방법의 수는 가지다(각 자리마다 0~9 중 아무거나 가능하므로 첫째 자리 10가지, 둘째 자리도 10가지 …).
조합: 순서를 따지지 않는 뽑기
정의
조합(combination)은 서로 다른 개의 대상 중 개를 순서를 구별하지 않고 뽑는 경우의 수다. 기호는 , , 또는 (엔 초크 알, 이항계수라고도 읽는다)로 쓴다.
이 공식이 순열 공식과 다른 이유를 직관적으로 보자. 순열 은 개를 뽑아서 나열까지 한 경우의 수인데, 조합은 나열 순서를 구별하지 않으므로 뽑힌 개를 나열하는 방법의 수 만큼 순열보다 적게 세어야 한다. 즉
이라는 관계가 성립하고, 이를 풀어 쓰면 위 공식이 된다.
작은 예시로 검산
5명(가, 나, 다, 라, 마) 중에서 대표 2명(역할 구분 없음, 동아리 대표단)을 뽑는 방법의 수를 구해 보자. 이번에는 (가, 나)와 (나, 가)가 같은 결과다.
앞의 순열 예시()와 비교하면, 조합은 순열을 로 나눈 값과 같다(). 실제로 (가,나)/(나,가) 두 순열이 조합에서는 {가,나} 하나로 합쳐지는 식으로 모든 쌍이 2개씩 묶이므로 정확히 절반이 된다.
순열과 조합 비교표
| 구분 | 순서 구별 | 기호 | 공식 | 예시 상황 |
|---|---|---|---|---|
| 순열 | 구별함 | 회장·부회장처럼 역할이 다른 자리 배정 | ||
| 조합 | 구별 안 함 | 대표단처럼 역할이 같은 그룹 선택 | ||
| 중복순열 | 구별함, 중복 허용 | 비밀번호처럼 같은 값 재사용 가능 | ||
| 중복조합 | 구별 안 함, 중복 허용 | 아래 참고 | 같은 종류를 여러 개 담기 |
중복조합
중복조합(combination with repetition)은 서로 다른 종류 중에서 중복을 허용해 개를 순서 없이 뽑는 경우의 수다. 예를 들어 사과·바나나·귤 3종류 과일 중에서 (같은 과일을 여러 개 골라도 되게) 5개를 담는 방법의 수를 구하는 상황이다. 공식은
이다. 이 공식이 왜 이런 모양인지는 “칸막이 방법(stars and bars)“으로 이해할 수 있다. 뽑을 개를 동그라미 개로 나타내고, 종류를 구분하는 칸막이 개를 그 사이에 배치한다고 생각하면, 전체 개의 자리 중 동그라미가 들어갈 개 자리(또는 칸막이가 들어갈 개 자리)를 고르는 조합 문제로 바뀐다.
과일 예시로 검산하면 , 이므로
인 이유는 이라는 대칭성 때문이다(개 중 개를 고르는 것은 나머지 개를 고르지 않는 것을 정하는 것과 같다).
이항계수와 이항정리
정의
이항정리(binomial theorem)는 을 전개했을 때 각 항의 계수가 정확히 조합 가 된다는 정리다.
- (시그마, summation): 아래첨자부터 위첨자까지 모두 더하라는 기호. 여기서는 부터 까지.
- : 개 중 개를 고르는 조합의 수이자 전개식의 계수 — 그래서 이항계수(binomial coefficient)라고 부른다.
이 정리가 성립하는 이유는 (번 곱)을 전개할 때, 개의 괄호 각각에서 또는 중 하나를 선택해 곱하는 모든 경우를 더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를 정확히 번 선택하는 경우의 수가 가지이므로 항의 계수가 가 된다.
작은 예시로 검산
을 이항정리로 전개하고 직접 곱해서 검산해 보자. 이므로 에 대해 계수를 구한다.
(주의: 이 문서의 다른 계산 규칙과 달리, 여기서는 같은 에 대한 이항계수 네 개를 한 번에 나열만 했을 뿐 서로 다른 계산을 이어 쓴 것은 아니다. 각 값의 유도는 아래에서 따로 보인다.)
을 직접 계산하면
이므로 이항정리에 대입하면
이 나온다. 실제로 를 직접 전개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미 확인했을 것이다 — 여기서는 “계수가 조합의 수와 같다”는 원리가 핵심이다.
응용: 이항정리에 을 대입하면 이라는 항등식을 얻는데, 이는 개 원소를 가진 집합의 부분집합 개수가 개라는 사실(06편 참고)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단원의 결과가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검산 습관이다.
자주 틀리는 점
- “뽑는다”는 말만 보고 조합으로 단정한다. 문제 상황이 역할·순서를 구별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당첨자 1등·2등·3등을 뽑는다”는 순열, “동일한 상품 3개를 나눠줄 3명을 뽑는다”는 조합이다.
- 곱의 법칙을 쓸 자리에 합의 법칙을 쓴다. 단계가 이어지는 상황(“그리고”)인지 대안 중 택일(“또는”)인지 문장을 실제 상황으로 그려서 확인한다.
- 중복 허용 여부를 놓친다. “숫자를 두 번 이상 쓸 수 있다”는 표현이 없어도 실제 상황(자물쇠 비밀번호, 주사위를 여러 번 굴리기)이 중복을 허용하는지 따져야 한다.
- 을 빠뜨린다. 이거나 인 경우 이 되어야 하는데, 을 0으로 착각하면 분모가 0이 되어 계산이 깨진다.
핵심 정리
- 합의 법칙은 배타적 대안(“또는”)을 더하고, 곱의 법칙은 이어지는 단계(“그리고”)를 곱한다.
- 순열 은 순서를 구별하고, 조합 은 순서를 구별하지 않는다. 조합은 순열을 로 나눈 값이다.
- 중복순열은 , 중복조합은 이며 칸막이(stars and bars) 방법으로 유도된다.
- 이항정리는 의 전개 계수가 이항계수 와 같다는 정리이며, 을 대입하면 부분집합 개수 공식 과 연결된다.
마무리 복습
참고 자료
-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독학학위제 — 이산수학 출제기준 중 세기·조합론(합·곱 원리, 순열·조합, 이항정리) 항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