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서의 목표: 자리배치·순서 정하기·매칭형 조건추리 문제를 표로 옮겨 적을 수 있고, 어떤 조건부터 먼저 적용해야 시간을 아끼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왜 조건추리에서는 표가 필요한가
01편에서 명제 기호와 벤다이어그램을, 15~16편에서 명제·삼단논법·집합추리를 다뤘습니다. 조건추리는 이 도구들을 실제 “사람·물건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 문제에 적용하는 유형입니다.
조건추리 문제는 보통 5~7개의 조건 문장을 한 번에 던져 줍니다. “A는 B보다 왼쪽에 앉는다”, “C는 홍차를 마시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머릿속으로만 조합하려 하면 세 번째 조건쯤에서 이미 앞의 조건을 잊어버립니다. 조건이 늘어날수록 머릿속 기억만으로 버티는 방법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쉽게 말하면: 조건추리는 스도쿠와 같습니다. 빈칸(표)을 만들어 놓고, 조건을 하나씩 적용해 칸을 채우거나 지워 나가면 답이 저절로 좁혀집니다.
조건추리의 세 가지 형태
조건추리는 “무엇을 정하느냐”에 따라 아래 세 형태로 나뉩니다. 겉모습은 달라도 푸는 도구(표)는 같습니다.
- 자리배치형: 사람이나 물건이 실제 공간(줄, 원탁, 층)의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정합니다.
- 매칭형(짝짓기): “누가 어떤 것을 가졌는가”처럼 자리 개념 없이 대상과 속성을 짝짓습니다.
- 순서 정하기형: 자리 번호 없이 “누가 누구보다 먼저인가”만 정합니다. 부등호 사슬(
A > B > C)로 표현하면 충분합니다.
일렬 배치형 — 좌석표로 채우기
정의와 표 만드는 법
일렬 배치는 대상들을 1번부터 n번까지 순서가 있는 자리에 놓는 문제입니다. 표는 자리 번호를 가로축으로 놓고, 그 아래에 확정된 이름을 적어 나가는 형태가 가장 간단합니다.
예시로 계산해 봅시다
A, B, C, D, E 다섯 명이 1번부터 5번까지 일렬로 된 자리(왼쪽이 1번, 오른쪽이 5번)에 앉습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C는 정중앙(3번)에 앉는다.
- A는 B보다 왼쪽에 앉는다.
- D는 양 끝(1번 또는 5번) 중 한 곳에 앉는다.
- E는 D와 이웃하지 않는다.
- 가장 직접적인 조건부터 적용합니다. 조건1은 다른 조건과 상관없이 바로 자리를 확정해 줍니다. 3번=C. 이렇게 위치를 곧바로 지정하는 조건이 항상 출발점입니다.
- 범위를 좁히는 조건을 적용합니다. 조건3은 D의 자리를 1번 또는 5번, 두 경우로만 좁힙니다. D=1인 경우와 D=5인 경우로 나누어 표를 두 벌 만듭니다.
- 배제 조건으로 후보를 지웁니다. 조건4에 따라 E는 D의 바로 옆자리에 올 수 없습니다. D=1이면 E는 2번이 될 수 없고, D=5이면 E는 4번이 될 수 없습니다.
- 남은 자리에 남은 조건을 적용합니다. 조건2(A가 B보다 왼쪽)로 마지막 두 자리를 결정합니다.
이 네 조건만으로는 아래처럼 네 가지 배치가 모두 가능하게 남습니다.
| 경우 | 1번 | 2번 | 3번 | 4번 | 5번 |
|---|---|---|---|---|---|
| 1 | D | A | C | E | B |
| 2 | D | A | C | B | E |
| 3 | E | A | C | B | D |
| 4 | A | E | C | B | D |
해석: 조건이 네 개뿐이면 경우의 수가 하나로 좁혀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전 문제에서 “가능한 경우는 모두 몇 가지인가”를 묻는다면 이 표 자체가 답(4가지)입니다. 반면 “확정되는 자리는?”을 묻는다면, 표를 세로로 훑어 모든 경우에서 값이 똑같은 칸을 찾습니다. 위 표에서는 1번(3번 자리)만 항상 C이고, 나머지 칸은 경우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조건을 추가해 하나로 확정하기
여기에 조건을 두 개 더 붙여 봅시다.
- B는 D보다 왼쪽에 앉는다.
- A는 1번에 앉지 않는다.
조건5로 경우1, 2를 지웁니다(두 경우 모두 B가 D보다 오른쪽에 있음). 남은 경우3, 4 중에서 조건6이 경우4(1번=A)를 지웁니다. 최종적으로 경우3만 남습니다.
최종 배치: 1번 E, 2번 A, 3번 C, 4번 B, 5번 D
매칭형(짝짓기) — O·X 표로 정리
정의
매칭형 조건추리는 자리라는 공간 개념 없이, 서로 다른 두 집합(사람과 음료, 부서와 담당자 등)을 정확히 하나씩 짝짓는 문제입니다. 가장 강력한 도구는 대상을 세로축, 속성을 가로축에 놓고 O(맞음)·X(아님)를 채우는 매칭표입니다.
예시로 계산해 봅시다
갑, 을, 병, 정 네 명이 커피·홍차·주스·우유 중 서로 다른 음료를 하나씩 마십니다.
- 갑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 을은 주스 또는 우유를 마신다.
- 병은 홍차를 마신다.
- 정은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 커피 | 홍차 | 주스 | 우유 | |
|---|---|---|---|---|
| 갑 | X (조건1) | |||
| 을 | X (조건2) | X (조건2) | ||
| 병 | X | O (조건3) | X | X |
| 정 | X | X (조건4) |
해석 순서: 조건3에서 병=홍차가 확정되면, 홍차 열의 나머지 칸(갑·을·정)은 모두 자동으로 X가 됩니다. 이제 커피 열을 봅니다. 병(X)·을(조건2로 X)·갑(조건1로 X)이 모두 지워졌으므로, 커피 열에서 O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정뿐입니다. 한 사람에게 한 음료만 배정되므로 정=커피로 확정됩니다.
정=커피가 정해지면 정 행의 나머지(주스·우유)도 X가 됩니다. 남은 음료(주스, 우유)는 갑과 을에게 배정되는데, 조건2(을은 주스 또는 우유)는 이미 만족되어 있어 갑·을 사이의 배정은 아직 하나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갑은 우유를 마신다”라는 다섯 번째 조건이 추가되어야 갑=우유, 을=주스로 완전히 확정됩니다.
여기서 배우는 핵심 요령: 한 칸이 O로 확정되면, 그 줄과 그 칸의 다른 모든 칸이 자동으로 X가 됩니다(한 사람은 음료 하나만, 한 음료는 한 사람만). 이 “O 하나 → 나머지 X”의 연쇄가 매칭형 풀이의 엔진입니다.
원탁(둥근 자리) 배치의 특성
원탁처럼 시작점이 없는 자리 배치에서는 일렬 배치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체를 한 방향으로 통째로 돌려 앉은 배치는 서로 다른 경우로 세지 않습니다. A-B-C-D-E-F가 시계 방향으로 앉은 순서라면, 모두 한 칸씩 돌아 B-C-D-E-F-A가 되어도 “누가 누구 옆에 앉았는가”라는 관계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풀이 요령: 원탁 문제는 조건에 등장하는 인물 한 명을 임의로 한 자리에 고정한 뒤(예: “A는 12시 방향에 앉는다”고 가정), 나머지 사람들의 자리를 그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채웁니다. 이렇게 하면 회전만 다른 중복 경우를 만들지 않습니다.
자주 틀리는 점
- 왼쪽·오른쪽의 기준을 혼동합니다.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은 서로의 왼쪽·오른쪽이 반대로 느껴집니다. 조건추리에서 방향은 항상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는 방향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사람이 배치도를 내려다보는 고정된 기준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문제에 별도 언급이 없다면 “왼쪽에 앉는다”는 배치도 상의 왼쪽으로 통일해서 풉니다.
- “이웃하다”와 “가깝다”를 같은 뜻으로 씁니다. “이웃하다”는 바로 옆자리(자리 번호 차이 1)만을 뜻합니다. “두 자리 이내”처럼 범위를 넓힌 조건과 구분해야 합니다.
- 원탁에서 회전만 다른 배치를 별개의 경우로 중복해서 셉니다. 한 사람을 고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절대 위치를 따로 따지면 실제로는 같은 배치를 여러 번 세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 조건 하나만 보고 성급하게 결론을 냅니다. 표를 채우다가 그럴듯한 답이 하나 나오면 바로 멈추기 쉽습니다. 반드시 남은 모든 조건에 대입해 모순이 없는지 확인한 뒤 최종 답으로 삼아야 합니다.
- 배제 조건(“~가 아니다”)을 표에 표시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정은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처럼 무엇을 정하는 대신 배제만 하는 조건은 존재감이 약해 보이지만, 위 예시처럼 다른 칸을 O로 확정시키는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정리
- 조건추리는 자리배치형·매칭형·순서 정하기형으로 나뉘며, 모두 표로 옮겨 적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 풀이 순서는 항상 바로 확정되는 조건 → 범위를 좁히는 조건 → 배제 조건 → 남은 조건으로 검증 순이다.
- 매칭표에서는 한 칸이 O가 되는 순간 그 줄과 그 칸의 나머지가 모두 X가 되는 연쇄 반응을 이용한다.
- 원탁 배치는 회전 대칭이 있으므로 한 사람을 기준점으로 고정하고 상대 위치로 채운다.
- 방향 기준(왼쪽·오른쪽)은 배치도를 보는 사람 기준으로 통일해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