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서의 목표: 조건문 형태의 명제에서 역·이·대우를 정확히 만들고, 두 전제로부터 이끌어낸 결론이 논리적으로 반드시 참인지(타당한지)를 반례를 찾는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왜 명제 논리 문제가 나오는가
NCS와 인적성의 추리 영역에는 “다음 명제가 모두 참일 때 반드시 참인 것은?”과 같은 문제가 자주 나옵니다. 이 문제는 문장의 내용을 아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전제만으로 결론이 논리적으로 확실히 도출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시험합니다. 내용은 몰라도 형식만 정확히 알면 풀 수 있다는 점이 이 유형의 특징입니다.
01편에서 명제를 참·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문장으로 정의하고, 부정(¬)·그리고(∧)·또는(∨)·조건문(→) 기호를 읽는 법을 다뤘습니다. 이 편은 그중에서도 조건문 “p이면 q이다”(p→q) 형태의 명제를 중심으로, 그 명제를 변형한 역·이·대우의 관계와 두 개 이상의 명제를 엮는 삼단논법의 타당성 판단법을 다룹니다. “모든·어떤” 형태의 범주 명제와 벤다이어그램은 16편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쉽게 말하면: 명제 논리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이 결론이 전제만으로 반드시 나오는가, 아니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른 가능성이 남아 있는가”를 가려내는 문제입니다.
1. 역·이·대우 — 조건문을 변형하는 세 가지 방법
정의
원래 명제 “p이면 q이다”()가 있을 때, p와 q의 위치를 바꾸거나 부정을 붙여 세 가지 새로운 명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이름 | 형식 | 원래 명제와의 관계 |
|---|---|---|
| 원명제 | 기준이 되는 명제 | |
| 역 | p와 q의 위치를 바꿈 | |
| 이 | p와 q를 각각 부정 | |
| 대우 | 위치를 바꾸고 각각 부정 |
예시로 확인하기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를 원명제로 놓아봅시다. 는 “비가 온다”, 는 “땅이 젖는다”입니다.
- 역: 땅이 젖으면 비가 온다
- 이: 비가 오지 않으면 땅이 젖지 않는다
- 대우: 땅이 젖지 않으면 비가 오지 않는다
해석 — 원명제가 참이어도 역과 이는 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땅이 젖는 이유는 비 말고도 스프링클러, 수도관 파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땅이 젖으면 비가 온다”(역)는 원명제가 참이어도 거짓일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비가 오지 않으면 땅이 젖지 않는다”(이)도 스프링클러 때문에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대우인 “땅이 젖지 않으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원명제가 참이면 항상 참입니다. 비가 왔는데 땅이 안 젖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핵심 성질 — 원명제와 대우는 항상 동치
동치(logically equivalent)란 두 명제의 참·거짓이 항상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원명제와 대우는 언제나 동치이고, 역과 이도 서로 동치입니다(역의 대우가 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명제와 역, 원명제와 이는 서로 동치가 아닙니다.
자주 틀리는 점: “원명제가 참이면 역도 당연히 참이다”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오답 패턴입니다. 참·거짓이 보장되는 쌍은 오직 원명제와 대우 뿐입니다.
2. 삼단논법 — 두 전제로 결론을 이끌어내기
정의
삼단논법(syllogism)은 두 개의 전제(premise)로부터 하나의 결론(conclusion)을 이끌어내는 추론 형식입니다. 이 편에서는 조건문(p→q)으로 이루어진 삼단논법을 다룹니다.
쉽게 말하면: 삼단논법의 타당성 판단은 “이 결론이 전제만 가지고 100퍼센트 확실히 나오는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럴듯해 보여도 예외가 하나라도 있으면 타당하지 않습니다.
타당한 형식 — 전건긍정과 후건부정
전건긍정(modus ponens): 가 참이고 가 참이면, 는 반드시 참입니다.
- 전제 1: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전제 2: 비가 온다
- 결론: 그러므로 땅이 젖는다 — 타당
후건부정(modus tollens): 가 참이고 가 거짓(¬q)이면, 도 반드시 거짓(¬p)입니다.
- 전제 1: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전제 2: 땅이 젖지 않았다
- 결론: 그러므로 비가 오지 않았다 — 타당
후건부정이 타당한 이유는 결론이 원명제의 대우와 정확히 같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대우는 원명제와 항상 동치이므로, 이 추론은 반드시 참입니다.
오류 형식 — 전건부정과 후건긍정
전건부정의 오류(denying the antecedent): 가 참이고 가 거짓(¬p)이라고 해서, 가 거짓(¬q)이라고 결론지으면 오류입니다.
- 전제 1: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전제 2: 비가 오지 않았다
- (오답) 결론: 그러므로 땅이 젖지 않았다 — 부당
이 결론은 원명제의 이()와 같은 구조인데, 이는 원명제와 동치가 아니므로 반드시 참이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비가 안 왔어도 땅은 젖을 수 있습니다.
후건긍정의 오류(affirming the consequent): 가 참이고 가 참이라고 해서, 도 참이라고 결론지으면 오류입니다.
- 전제 1: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전제 2: 땅이 젖었다
- (오답) 결론: 그러므로 비가 왔다 — 부당
이 결론은 원명제의 역()과 같은 구조이므로 마찬가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네 가지 형식 정리
| 형식 | 전제 2 | 결론 | 대응 관계 | 타당성 |
|---|---|---|---|---|
| 전건긍정 | p (참) | q | 원명제 그대로 | 타당 |
| 후건부정 | ¬q (거짓) | ¬p | 대우와 동일 | 타당 |
| 전건부정 | ¬p (거짓) | ¬q | 이와 동일 | 부당(오류) |
| 후건긍정 | q (참) | p | 역과 동일 | 부당(오류) |
암기 요령: 타당한 두 형식은 각각 원명제·대우와 구조가 같고, 부당한 두 형식은 각각 이·역과 구조가 같습니다. 앞서 “원명제와 대우만 동치”라고 배운 성질이 그대로 삼단논법의 타당성 판단 기준이 됩니다.
가언삼단논법 — 조건문 두 개를 잇기
전제가 조건문 두 개이고 앞 명제의 결론(q)이 뒤 명제의 조건(p)과 같을 때는 두 조건문을 이어 붙일 수 있습니다.
- 전제 1: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받는다
- 전제 2: 자격증을 받으면 취업에 유리하다
- 결론: 그러므로 시험에 합격하면 취업에 유리하다 — 타당
주의할 점: 이어 붙이려면 반드시 앞 명제의 뒷부분(q)과 뒷 명제의 앞부분(q)이 정확히 같은 표현이어야 합니다. “자격증을 받는다”와 “자격증이 있다”처럼 시제나 표현이 미묘하게 달라 보이면, 실제로 같은 의미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3. 전제가 참이면 결론도 참인가 — 반례로 검증하는 법
검증 절차
- 전제를 모두 참으로 고정한다 — 주어진 전제 문장이 실제로 참이라고 가정합니다
- 결론이 거짓이 되는 상황을 하나라도 만들 수 있는지 찾는다 — 이런 상황(반례, counterexample)이 단 하나라도 있으면 그 논증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 반례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으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 아무리 애써도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상황을 못 만든다면 타당한 논증입니다
반례 찾기 예시
“어떤 새는 날 수 없다. 펭귄은 새다. 그러므로 펭귄은 날 수 없다”라는 논증을 검증해봅시다.
반례를 찾아봅니다. “어떤 새는 날 수 없다”는 참입니다(타조, 펭귄 등). “펭귄은 새다”도 참입니다. 그런데 “어떤 새는 날 수 없다”라는 전제는 날 수 없는 새가 최소 하나 있다는 뜻일 뿐, 그 새가 반드시 펭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날지 못하는 새가 타조뿐이고 펭귄은 날 수 있는 세계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합니다(실제 사실과 별개로, 전제만으로는 그 가능성을 막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논증은 부당합니다.
해석: 이 예시가 보여주는 것은, 삼단논법의 타당성은 실제로 그 문장이 사실인지와 무관하게, 전제의 형식만으로 결론이 강제되는지를 따진다는 점입니다. “어떤(적어도 하나의) A는 B이다”라는 전제는 “모든 A는 B이다”라는 전제보다 훨씬 약한 정보라서, 특정 개체(펭귄)에 그 성질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핵심 정리
- 원명제()와 대우()는 항상 동치이며, 역()과 이()도 서로 동치다. 하지만 원명제와 역·이는 동치가 아니다.
- 전건긍정(p 참 → q 결론)과 후건부정(¬q 참 → ¬p 결론)은 타당하다. 각각 원명제·대우와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 전건부정(¬p 참 → ¬q 결론)과 후건긍정(q 참 → p 결론)은 부당하다. 각각 이·역과 구조가 같아서 동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 가언삼단논법은 와 을 이어 을 이끌어내며, 두 명제의 이어지는 부분이 정확히 같은 표현일 때만 성립한다.
- 타당성은 전제를 참으로 두고 결론이 거짓이 되는 반례가 하나라도 있는지로 검증한다. 반례가 있으면 부당, 전혀 없으면 타당하다.
- “어떤(최소 하나)“이라는 전제는 특정 개체에 그 성질을 확정적으로 적용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